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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한종혜
2008/2/9(토)
서평: 의식과 영혼의 네트워크  
마음을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마음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기는 더욱 쉽지 않다.
최근에 소개된 네 권의 번역서로 마음을 현대적 의미로 비교 분석해보는 작업은
마음의 행로를 살피기에 흥미로운 일이다.
인지신경과학과 철학이 만난 『스피노자의 뇌』,
숨겨졌던 의사의 일대기와 뇌과학이 만난 『영혼의 해부』,
신경회로망과 진화론이 만난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철학과 뇌과학이 만난 『마인드』가 대상이 됐다.
네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아쉬운 점은,
동양에서는 ‘마음’을 어떻게 보았나 하는 것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마음을 말할 때 가슴을 손바닥으로 가리킨다.
마음을 말하는 한자어인 心과 情에는 모두 심장을 뜻하는 心자가 들어간다.
동양의 마음에 대한 견해는 성리학자의 四端七情論에서 엿볼 수 있다.
이황은, 사단은 理에서 나오는 마음이고,
칠정론은 氣에서 나오는 마음으로,
인간의 마음은 이와 기를 함께 지니고 있지만
마음의 작용은 이의 발동으로 생기는 것과
기의 발동으로 생기는 것 두 가지라는 理氣二元論을 주장했다.
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애간장이 탄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재미난 표현이 있다.

뇌는 여러 절차를 거쳐 필요한 몸의 부분을 움직이도록 명령한다.
뇌의 변연계에 자리 잡고 있는 편도체는
두려움과 관계가 있으며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쥐에게 편도체가 없어지면 고양이를 봐도 놀라지 않는다.
두려움이 사라져 잡혀 먹히는 난처한 일이 일어난다.
에크만(Ekman)은 화, 공포, 혐오, 행복, 슬픔, 놀람을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기본적 정서라고 보았다.
정서는 대뇌 좌우반구에서 비대칭적으로 처리된다.
만약 좌반구가 손상되면 두려움, 우울증이 나타나며
우반구가 손상되면 무관심해진다.
우반구는 정서를 만들어 내고
좌반구는 정서를 언어를 사용해 해석한 후,
정서의 개념적, 인지적 수준을 형성한다.

사람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에 관한 생각은 시대에 따라 변했다.
이집트 사람은 선악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기록된다고 믿었다.
그들은 미라를 보존하기 위해 뇌를 제거한 반면,
심장은 그 사람의 존재와 지성을 상징한다고 여겨서 잘 보존했다.
심지어 사람이 죽으면 심장을 저울에 올려놓고 깃털의 무게와 비교했다.
악한 사람은 심장이 무겁고, 선한 사람은 심장이 깃털처럼 가볍다고 여겼다.
BC 5세기 알크마이온이나 아나사고라스에 이르러서야
뇌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피타고라스의 제자였던 알크마이온은 최초로 사람을 해부했으며,
시신경과 귀의 ‘유스타키오관(Eustachian tube)’을 발견했고,
뇌가 지적활동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플라톤은 ‘화’를 다루는 신체의 부분은 ‘간’이라고 여겼다.
우리의 옛 말 “애간장이 탄다”와 일맥상통하는 점이다.
플라톤은 지능을 ‘뇌’에서 다스리고
공포, 화, 용기는 ‘간’에서 다스리며
욕망, 고민, 탐욕, 무절제는 ‘장’에서 다스린다고 했다.
또 사람이 죽으면, ‘간’과 ‘장’에서 다스리는 부분은 사라지지만,
‘뇌’에서 다스리는 지능과 이성은 불멸하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뇌를 심장의 열기를 식히는 냉각장치로 여겼고,
고대와 중세까지 해부학 최고의 권위자였던 갈레노스도
뇌를 우주적 정기가 잠시 머무는 텅 빈 공간으로 보았다.
뇌가 불멸을 상징하는 영혼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신성 모독에 가까운 생각이었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뇌가 영혼의 서식처라고 여긴 플라톤보다는
심장을 중요시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가 우세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저서 『On the Sacred Disease』에서
“사람은 뇌에서 기쁘고, 슬프고, 즐거운 것을 느낀다.
우리는 뇌를 통해 지혜와 지식을 얻고, 보고 들으며,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정당한지를 알아낸다.
또한 뇌를 통해 공포도 느끼고, 화를 내기도 한다.
이렇게 뇌는 사람에게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해준다”라고 주장했다.

『스피노자의 뇌』를 쓴 다마지오는 아이오와 주립대 의과대학 신경학부 교수다.
그는 『데카르트의 오류』를 저술했으며,
체감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탐색했다.
다마지오는 스피노자의 정서에 관한 저서에서 영감을 받아
스피노자의 발자취를 좇았다.
17세기 유대인 철학자 다마지오는 사고에는 위계가 있다고 보며,
그의 이론은 루스 바클리, 가자니아와 비슷하다.
스피노자는 우리 주변, 우리 자신의 안과 밖 어디에든 신이 있으니 찾아보라고 했다.
다마지오는 인지신경과학과 스피노자 철학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지혜롭게 설명하고 있다.

『마인드』를 저술한 마음의 철학 분야 권위자 존 R. 설(John R. Searle)은
버클리대 철학과 교수로 『마음의 재발견』, 『의식의 신비』, 『마음, 언어, 사회』,
『현실 세계에서의 철학』, 『의식과 언어』 등을 저술했다.
저자는 생물학적 자연주의(biological naturalism)입장을 취한다.
그는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고 자신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존재라 생각한다.
인간은 의식을 가졌으며, 이 의식은 두뇌에서 일어나지만
물질적인 것으로 환원될 수 없는 독특한 질적 특성을 가진다는 점을 주장했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면서,
믿음이나 욕구와 같은 ‘지향적 행위’를 통해
자신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입장을 철학적으로 압축해 제시한다.
그는 많은 철학적 이론 중에서 특히 이원론과 유물론은 진실을 말하고자 하지만,
철학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마인드』는 독자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철학자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밝히고 있다.
인간의 사유 활동은 삶 그 자체이며,
언어는 궁극적으로 마음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으로 근본적인 능력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물리적 입자로 구성된 세계 속에서 의식을 가진 존재로서,
지적이고 합리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며,
물리적 실재를 인간적 실재로 변형시키고,
그 실재를 주체적 의지로 가공해 나간다.
마음의 철학에서 탐구하는 심신문제란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이 누구이며,
외부 세계와 자신을 어떻게 연결시키는지,
그리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인간적 실재를 어떻게 구축하는지 탐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최근의 마음의 철학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이론이 오류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짧지만 명쾌한 필치로
‘철학과 과학적 세계관’을 다뤘다.

유물론자에게 의식은 두뇌 과정일 뿐으로
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존 설은 “의식은 두뇌 과정일 뿐이지만,
질적, 주관적, 일인칭적, 구체적 형상이 없는, 촉각으로 느끼는 현상이기 때문에,
바로 그 의식이 두뇌 안에서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이원론자는 의식이란 삼인칭적 신경생물학적 과정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일상적인 물리적 세계의 부분이 아니며,
그 세계를 넘어 존재하는 별개의 어떤 것이라 말한다.
존 설은 이에 대해, 의식이란 인과적으로 환원될 수 있지만
존재론적으로는 환원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주장한다.
의식은 일상적인 물리적 세계의 부분이지
그 세계와 다른 별개의 어떤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존 설은 “과학적 세계관”이란 말은 잘못된 의미라고 밝히면서,
똑같은 실재라도 마음에서는 경제적 관점, 미학적 관점,
정치적 관점, 과학적 탐구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방법”이란 일단 발견되고 나면 과학의 소유물이 아니고
완전히 공공의 재산이기 때문에,
‘과학적 실재’ 혹은 ‘과학적 실재 같은 것’은 전혀 없고,
여러 개의 사실이 있을 뿐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과학적 세계는 없으며, 그저 세계가 있을 뿐이며,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세계 속에서
인간의 위치가 무엇인지를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기본원칙은 원자물리학과 진화생물학”이라는
매우 독자적이고 강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영혼의 해부』를 쓴 칼 지머는 <뉴욕 타임스 북 리뷰>로부터
“우리 시대의 가장 훌륭한 과학 평론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미국 과학 잡지 <디스커버> 수석편집장을 역임한 과학저널리스트다.
『영혼의 해부』는 국왕으로서 참수형을 당한 찰스 1세 시절 의사였던
토머스 윌리스(1621~1675)의 이야기를 다룬다.
성직자를 꿈꾸던 윌리스는 옥스퍼드 의대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의사가 됐다.
그는 혈액 순환의 원리를 밝혀낸 윌리엄 하비(1578~1657)로부터 의학을 배웠다.
그는 해부 실험을 통해 영혼이 심장이 아니라
뇌에서 작동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했고,
이를 토대로 『뇌와 신경의 해부학』을 저술했다.
 
윌리스는 1660년 왕정복고와 함께 옥스퍼드 대학 자연철학 교수가 되었다.
윌리스는 뇌의 혈액 흐름을 밝혀내기 위해,
뇌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의 뇌를 꺼내 물감을 주입하는 실험을 했다.
그는 뇌신경이 화학물질을 통해 전기충격(정기)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기억을 형성하고, 상상을 이뤄내며, 꿈을 꾸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뇌가 인체의 중심이며
뇌에서 기억과 상상과 꿈이 형성되고,
감정과 욕망, 식욕도 뇌에서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신경학이란 용어도 윌리스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영혼의 해부』표지에 실린 정물화는
네덜란드 화가 에두바어르트 콜리에르(Edwaert Collier)가 그린 바니타스 정물이다.
바니타스(vanitas)란 라틴어로 ‘덧없음’을 의미하며, 죽음에 대한 경고,
인생무상과 같은 메시지와 기독교적 세계관을 벗어난 철학을 담은 그림이다.
아마도 이 그림은 자유주의 철학자가 된 로크의 유명세 그늘에 가려져,
정작 로크의 스승이었던 윌리스의 이름조차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아이러니를 상징하기 위해 선택됐을 수도 있다.
저자 칼 지머는 새로운 의학에 대한 윌리스의 두려움은
뇌와 자아에 대한 서구의 견해를 지배해온 이분법에서 비롯됐다고 보았다.

21세기인 현재 프로작(Prozac), 팍실(Paxill) 등 항우울제의 미국 내 판매는
연간 120억 달러에 달한다.
재미난 것은 프로작을 복용한 사람이 우울증이 호전됐을 때
뇌영상 사진을 찍어보니, 그들의 뇌가 건강한 사람의 뇌와 비슷하게 변했다.
그러나 심각한 우울증 환자 중 유명한 항우울제를 6~8주간 복용한 후,
기분이 좋아진 사람의 경우는 35~4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약간만 기분이 좋아지거나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대다수 환자들에게는
약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의 효력보다
약효에 대한 믿음, 즉 위약효과(placeco effect)가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만약 서양의 이분법이 사실이라면,
때로는 설탕으로 만든 가짜약이 프로작과 똑같은 효과를
정신에 미친다는 위약효과를 설명할 수 없다.
우울증을 완화시켜줄 때 심리치료와 항우울제가
아주 흡사한 방식으로 뇌의 활동을 변화시킬 수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저자는 우리의 영혼은 물질적인 동시에 비물질적이며,
화학작용의 산물인 동시에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정보의 네트워크라고 주장한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저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맥길대학에서 실험심리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1년간 MIT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하버드대 심리학과에서 언어심리학과 진화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 저서는 마음의 존재, 출처, 역할을 본문만 865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에 들어 과학적인 마음의 연구는 MRI를 이용해 뇌사진을 찍고,
사랑하는 연인들의 호르몬 작동을 탐색하고,
티베트 고승들이 명상에 들었을 때 뇌파를 측정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핑커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종합해
통일성 있는 이론의 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과정에서 계산주의 마음 이론과
현대적인 진화이론인 자연선택 이론이라 두 개의 큰 이론을 이용했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과학적인 방법, 추론, 실험을 통해
마음의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수학자 앨런 튜링, 컴퓨터과학자 앨런 뉴웰, 마빈 민스키,
철학자 제리 포더 등은 최초로
계산주의 마음 이론(computational theory of mind)을 정립했다.

인간의 마음은 진화의 산물로, 설계된
수많은 연산기관으로 구성된 체계로서,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되어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한다.
인간의 마음은 입력장치, 기억장치, 중앙처리장치, 출력장치로 구성된
컴퓨터와 같은 네트워크를 가졌으며,
믿음과 욕구와 같은 ‘정보’가 기호의 배열로 표시된다고 설명한다.
핑커는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 없으면
마음의 진화를 이해하기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아무리 섬세하고 융통성이 크다 해도
대단히 복잡한 프로그램의 산물일 수 있으며,
또한 그 프로그램은 자연선택이 우리에게 부여한 것일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생물학의 전형적인 명령은 “…할지니라(Thou shalt)”라는
십계명의 첫머리가 아니고,
“만약…라면…이고, 그렇지 않으면…(If…then…, else…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문장 형태)”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람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마음을 로봇공학의 관점에서 다룬다.
사람이 걸어가면서, 주변의 경치를 보고, 해야 할 일을 계획해 실행에 옮길 때,
어떻게 마음에서! 논리, 추론, 판단 및 의사결정 과정이 일어나는가를 밝히는 것은,
달 표면에 착륙하거나 사람의 유전자 지도를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마음의 기본 능력들이 로봇으로 구현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지적하면서, 인간이 가진 특별한 기능을 추론한다.
연결주의학파는 간단한 신경망으로 인간 지능을 설명한다.
마음은 수많은 신경망의 연결이며, 지능은 환경이 연결가중치를 조정해서 생긴다.
사람은 기본적이고 간단한 지식을 합성해 수,
언어, 법과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특수한 경험 영역에 대한 모듈을 형성한다.
저자는 어려운 신경회로망의 원리와 알고리즘의 기본 가정을
쉬운 예를 들어 풀어 써,
마음이 작동하는 기본적인 방식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즉 사람이 생각하고, 말할 때에는
뇌에서 문법과 문장 체계를 효과적인 방식으로 연결해서 산출하는 것이다.
또 저자는 사람의 시각이
움직임을 분석해서 외부 물체를 정확하게 감지하는
놀라운 처리 능력을 가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은 망막에 맺힌 물체의 형태가 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다름에도,
그 물체가 같다는 대상영속성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 공학자 데이비드 마르가 내린 시각에 대해 정의를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마르는 시각처리 과정이란 자신이 본 외부 세계의 상을
자신에게 가장 유용한 정보로 재생산 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한 예로 책을 보면 망막에는 사다리꼴 형태가 투사되지만,
우리는 책이 직사각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들 때도 손가락을 직사각형으로 만들고,
책장도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추론한다.
시각이 일단 망막 위에 상으로 맺힌 물체의 형태를 추론하면,
마음의 모든 부분이 그 발견을 활용한다.

핑커가 설명하는 신경회로망의 예에서 들고 있는
여러 문장의 생성과 이해과정을 읽다보면
노암 촘스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다.
촘스키는 저명한 히브리어 학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언어학적 소양을 물려받고,
정치와 이데올로기 문제에 민감했던 어머니로부터는
정치적 성향을 물려받은 언어학자다.
촘스키는 전 세계에는 약 6 천여 개의 언어가 있지만,
언어가 공유하는 ‘보편 언어’가 사람의 유전자 속에 있기 때문에
어린이도 짧은 시간 내에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고 했다.

재미난 것은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마인드』를 저술한 존 R. 설(Searle)의 ‘중국어 방’을 예로 든 논쟁이
잘 언급된 점이다.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방안에 있으며,
그 사람은 중국어와 다른 기호가 섞인 복잡하고 긴 지시 사항 목록을 가졌다.
그 남자는 중국어를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단지 기호를 조작하여 답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방에 있는 사람은 중국어를 알고 있을까.
물론 문밖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
방안에 있는 사람은 중국어를 알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해는 기호 조작이나 연산과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 설은 이 사고실험을 통해,
‘중국어 방’에 있는 남자에게 없는 것이,
기호와 기호가 의미하는 것의 관계인 지향성이라고 지적한다.
지향성, 의식, 그리고 그 밖의 마음 현상들은
정보처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 ‘실제 인간 뇌의
실제적인 물리-화학적 특성들’에 의해 야기된다는 게 존 설의 결론이었다.
이 사고실험에 대해 100편 이상의 논문이 출판되었고,
인터넷에서도 격렬한 토론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핑커’는 사람의 언어 규칙은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사용돼야 하며,
언어의 내용이 사용자의 믿음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어떤 단어의 현실적인 예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대상의 작동 원리가 무엇인가를 묻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후반부는
지각, 생각, 감정, 사회성, 미술, 음악, 문학, 유머, 종교, 철학 등에
나타난 마음의 기능을 해부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총 8장으로 이루어진 저서 중
7장 ‘가족의 소중함’, 8장 ‘인생의 의미’는 재미는 있으나
지나치게 주관적인 예화가 많아
인류학, 사회학 자료 박물관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 예를 들면 그는 “왜 인간이 예술을 추구 하는가”라는 이유로
예술은 미적 심리를 반영할 뿐 아니라,
지위 심리를 반영한다고 주장하면서,
예술의 가치는 대체로 미학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대형 박물관을 관람하다 보면 한 번에 보기에는
너무 볼 것이 많고 다리가 아파서,
그만 중간에 놓인 푹신한 의자에 주저앉아 쉬고 만다.
이 책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내용상 연결에도 무리가 있어,
두 권으로 분권을 해서 제목을 달리 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책을 맺으며 저자는 우리가 잠시 자신의 마음 밖으로 걸어 나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계의 훌륭한 고안품이라는 점을 발견하기 희망한다.

『율리시즈』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블룸에게 일어난
약 19시간의 일을 800여 쪽에 25만여 단어로 묘사한 소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19시간(68,400초)동안
사람의 두뇌를 뇌영상으로 찍으면 그 분량이 얼마나 될까.
뇌영상 연구를 하는 경우 보통은 3초마다
머리 위에서 아래로 5mm 간격으로 20장을, 수십 분 동안 찍는다.
만약 19시간 동안 사람의 두뇌에서 일어난
생각과 느낌을 뇌영상으로 찍는다면,
해석해야 할 뇌영상의 분량은 매우 많다.
뇌영상 사진을 분석하는 경우,
찍는 동안 머리를 2mm만 움직여도
그 자료는 오차가 너무 커서 분석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여러 연구 제약 때문에
뇌영상 연구에서 발표되는 논문의 피험자의 수는
실제로는 십여 명 내외다.
그렇다면 수억의 인구가 느끼고 생각하는 ‘마음’을
과연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뇌과학 연구 논문 수십 편에서 정리했다고,
일반화시킬 수 있을까. 물
론 의공학이 나날이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지만,
단편적인 뇌과학 연구 결과를 지나치게 맹신하면 안 된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이 작동하는 두뇌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복잡하고 놀라운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네 권의 뇌과학 책을 읽으며 생각해 봐야할
첫 번째는 진정한 의미의 “너 자신을 알라!”이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에서 지나는 사람에게 다음의 질문을 수없이 했다고 한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당대의 현인도 이 질문을 받으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무지함을 자각하라는 의미로,
그리스 델파이(Delphi)의 아폴론 신전에 새겨져 있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외쳤다.
“너 자신을 알라!”의 현대적 뇌과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두 번째는 “덕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행복한 결말에 도달할 수 있을까”이다.
다마지오는 『스피노자의 뇌』에서, 스피노자를 찾은 이유를,
그의 저서 『에티카』에 나온
“덕의 일차적 기반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행복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란
구절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스피노자의 말이
종소리처럼 선명하게 울려 퍼진다는 느낌을 표현했다.
다마지오는 열정과 지혜를 추구하는 영적 삶을 통한 과학 지식과
심미적 경험이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한 가지 길이라고 제안했다.
뇌와 나는 포함 관계도 아니고, 교집합도 아니고,
등호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며 유동적이다.
이제는 여러분이 이 네 권의 뇌과학 도서를 읽어 본 후, 각자의 행복을 찾을 차례다.
2008.1.29. 한종혜 씀.

<주> 이글은 2008.1.29. "교수신문" 에 게재한 서평으로,
     『스피노자의 뇌』, 『마인드』, 『영혼의 해부』,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네 저서를 통해 우리의 마음과 두뇌에 대해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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